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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상순시인의 블로그-문학(시,동시)과 자연이 함께하는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

전상순106

등꽃/전상순 등꽃 / 전상순 조록조록 내리는 빗방울 사이로 보이는 꽃송이 당신 이름을 등꽃이라 하지 않겠습니다 그을음 같은 기다림 다 빨아들이며 등을 더 밝히는 도구 등갓이라 부르겠습니다 속마음 대 안에 심으신 어머니 아버지를 붙들어 휘감고 싶었을까 자주 집 비운 아버지를 대신해 여러 일에 에너지를 쏟으신 그러고도 모자라, 낮시간 지나는 면 사람들 한 번쯤은 다 머물게 한 찻간이라 불리던 우리 집 마루며 방 그 위에 마련된 음식 나는 사람들과 마추치는 일이 어색해 등나무 뒤로 얼굴 감추고 안부가 궁금하여 들린 고향 집 세월에 고분고분함은 나무껍질을 닮았어도 아버지는 여전히 칠십 어머니의 유일하신 왕 다 풀어주어 오히려 묶는 꽃 틈새로 마당에 세워진 자동차가 어디론가 또 환하게 나갑니다. . 2010. 2. 5.
겨울을 만나며/전상순 겨울을 만나며 / 전상순 가을은 더웠지만 감사했다 덥수룩했던 가지 치렁한 잎들도 내보내고 가뿐히 걸음을 옮긴다 가을 내내 불편한 잎사귀를 어설프게나마 주물렀으니 후회는 없다 하여, 기차를 탄다 흰 꽃송이가 날린다 이제 너무 아름다운 것은 보지 않기로 했건만 감성은 또 차창 .. 2009. 12. 28.
추억에 관한 시/전상순 폐교 / 전상순 작년만 해도 운동장 그럭저럭 세수한 얼굴이었는데 오늘 보니 잡초가 어른 키만 하다 두려움이 현실이 된 것이다 전 학생 수업 폐지 오래된 건물 남은 나무처럼 기억은 그렇게 가슴에 이식된다 추억은 때로는 눈물 흘리게도 하겠지만 새 부리에 물은 노래 씨앗이 되고 흰 .. 2009. 12. 6.
동행/전상순 동행 / 전상순 대지는 하늘에 있는 모든 것들을 다 떠받치고도 묵묵하다 어느 날인가 당신이 별빛 달빛 같은 고요와 아주 불안히 천둥 번개 치는 공포 내 모든 소리를 조용히 다 포용했을 때 더 없는 우정으로 내가 다시 당신의 대지가 되어 예정 없던 가난과 병고, 실연 같은 파리함으로 항구에 머무는 당신을 끌어올려 당신을 가벼이 이고서 같이 삶의 붉은 카펫 위를 걷고자 하니 우리의 동행길은 나목이 되도록 따듯하리라. 2009. 10. 8.
너/전상순 너 / 전상순 너는 축축히 가슴에 내리는 비고 아프게 부는 바람이고 불안스레 울리는 심장의 번뇌이고 아름답도록 붉게 퍼지는 저녁노을이고 맘껏 쳐다볼 수 있는 하늘이고 기분 좋게 뜰에 서 있는 나무이고 손닿는 거리의 방에 딸린 창문이고 사랑스런 음악이고 행복하게 날리는 꽃향기이고 깊은 마.. 2009. 6.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