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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상순시인의 블로그-문학(시,동시)과 자연이 함께하는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

어머니9

어머니에 관한 시/전상순 낡은 것에 대한 향수 / 전상순 설거지통이 오래전에 금이 갔다 조금만 낡으면 새것으로 금세 바꾸는 세상에 돌연변이처럼 보이는 낡은 통, 엄마 생각이 났다 무엇 하나 허투루 버리지 않고, 당신은 뼛속까지 비어도 타인을 풍족하게 하는 분 매 순간 최선을 다하시는, 올곧고 당당하며 지고지순한 사람이다 엄마를 떠올리면 조르주 퐁피두 전 프랑스 대통령이 마지막 순간에 남긴 한 줄의 말이 생각난다 '나는 사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이도 맞지 않고 쪼개진 가위, 새 가위로 바꿔 드리면 또 딴 데 쓰는 분이다 육신이 닳아 더는 일을 못 하게 되었을 때조차 보통 사람 이상으로 움직이는 분 플라스틱과 플라스틱이 맞서서 버티다 결국 어긋나, 설거지통에 물이 샌다 담수湛水가 깨진 틈새로 줄줄 떨어지니, .. 2024. 5. 28.
고향 2024. 5. 12.
어머니에관한시 / 전상순 설 가까이 / 전상순 그립다 하니 숨지 못하고 보고 싶다 하니 친구 새털구름이라도 내보내고 이마 고랑 패도록 바라만 봐도 좋다 하니 조금만 스쳐도 환한 빛 띠는 저 대지 위 해 하나 떠 있다 한파를 피해 움푹 팬 논에서 친구 동네로 설 떡 하러 간 엄마 오기를 기다리던 겨울이어도 봄 같던 그때가 생각나더라. 2022. 1. 22.
내가 간 곳/전상순 내가 간 곳 / 전상순 내가 간 곳은 꽃과 곡식이 풍성한 고향집 차분한 아침 벼와 산이 안개를 끌어안고 마을까지 내려온 곳 냇가에 물고기들 위 아래로 몰려다니고 나는 작은 뜰채를 들고 물고기를 따라 움직였네 물고기는 한 마리도 잡지 못했어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소소한 추억들이 음악처럼 따라왔네 그 추억들을 내 안에 꽁꽁 가두었네 자물쇠로 잠갔네 추억이 향기처럼 퍼져 내 마음 안에서 이리저리 쏘다니도록. [시적치료-더 큰 아름다움] 중에서 2017. 11. 2.
(어머니 사랑)산 같은 사랑/전상순 산 같은 사랑 / 전상순 어머니는 늘 산봉우리 위 눈처럼 새하얀 수건을 머리에 쓰고 계셨지요 논밭에서 부엌에서 집에 여럿 딸린 일터에서 눈이 녹자 초록빛 높은 봉우리가 찬란히 빛납니다 가장 낮은 자세로 와서 다 녹아 없어지는 것은 산봉우리의 흰 눈뿐이 아니라, 자식 사랑에 힘을 .. 2013. 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