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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상순시인의 블로그-문학(시,동시)과 자연이 함께하는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

오늘에야 알았네18

용서에 관한 시/전상순 용서 / 전상순 타인을 용서하는 일은 나를 용서하는 일입니다 철창 사이로 달빛이 내려올 때 그 달빛 타고 마음의 감옥에서 빠져나온다는 뜻입니다 그간의 발자취가 괴로움이었다면 어둠의 모작이었다고 칩시다 돌이킬 수 없는 혹독한 계절이 오기 전에 꽃 다 지기 전에 짐을 내려놓읍시다 그래도 피사체가 보기 싫거들랑 억울함을 찍어 우리를 지으신 그분께 찾아갑시다 해바라기도 옥수수밭도 하나같이 그러잡니다. 시집 [오늘에야 알았네] 중에서 2023. 4. 16.
봄여름가을겨울 시 봄엔 / 전상순 봄엔 이른 아침 등굣길에 다리에 달라붙은 밀 물방울 터느라 분주한데 코 흘리는 남학생까지 따라와 뭐 때문인지 묻지도 않은채 마냥 다시 냇가로 머리카락 날리며 도망치네. 여름엔 / 전상순 여름엔 황토물 타고 미꾸라지가 우리 집앞까지 와줘 맨발로 마중 나간 주전자가 제일 크게 웃었네. 가을엔 / 전상순 가을엔 한 고랑 고구마 줄기같이 이어진 언니 오빠 동생이 모두 들녘에서 분주한데 어머니는 쓰러진 벼 닮은 나를 만날 공주대접 하시니 나락 위 눈초리 올라간 도마뱀도 흘깃하며 지나가네. 겨울엔 / 전상순 겨울엔 오빠가 까불며 만든 스케이트 나도 좀 타보자고 신나하는 순간 얇은 얼음판을 기차게 알아내 퐁당퐁당 잘도 빠졌지 밤새도록 언 손발에 해삼이랑 담배알맹이 싸고 잤지. 시집[오늘에야 알았네] 2022. 10. 24.
갈대소리/전상순 갈대 소리 / 전상순 갈대밭을 한참 지나는데 바람의 입을 빌려 누군가 눈물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대, 지난날 조금도 남을 상하게 하지 않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를 즐겼지 이제 차례가 바뀌었다 그대가 그랬듯이, 아무 말 없이 또 누군가는 그대를 위해 기도를 할 것이다. 시집 [오늘에야 알았네] 중에서 2018. 10. 27.
그랬다면/전상순 그랬다면 / 전상순 편했다면 고생 좀 해도 감수할 것 누렸다면 억울해도 좀 참을 것 행복했다면 좀 괴로워도 넘어갈 것 고생했다면 좀 편해도 괜찮을 일 억울했다면 좀 누려도 상관없을 일 불행했다면 많이 행복해도 좋을 일. 시집 [오늘에야 알았네] 중에서 2010. 11. 25.
간이역/전상순 일몰 / 전상순 쓸모없이 뒹구는 눈앞의 돌 하나도 있다가 없으면 왠지 섭섭한데 더는 보이지 않는 군사여 저녁마다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아 물속으로 몸을 식히는 것은 태양이 아니라, 당신 어머니입니다. 시집 [오늘에야 알았네] 중에서 간이역 / 전상순 기차가 달리다 간이역에서 쉬고 또 달리다 멈추어 가기를 반복한다 돋아나는 새순같이 늘 왕성한 사람이 어디 있겠나 쉬어가는 것은 따지고 보면 숯가루를 땅에 파묻는 일과도 같은 간접적인 성장을 돕는 일 사막의 모랫바람이 개인사도 덮고 오랜 역사를 덮고 지나가더라도 기차는 발자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잠시 쉬었다, 행복과 평화를 향해 달린다. 시집 [오늘에야 알았네] 중에서 2010. 1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