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순106 복/전상순 
 복 / 전상순 산과 산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메아리가 있어 마음은 내 안에 나무 하나 키우는 땅 후르르 잎 떨어질 때를 기다렸다간 정렬하지 못할 가시 될까 영성의 도끼로 웃자란 가지 하나 자르면 고른 초원 환성을 지르고 균형을 이룬다 뿔에 튕겨져나가듯 사랑받지 못함도 하늘.. 2008. 5. 15. 태양의 손길/전상순 태양의 손길 / 전상순 장미향 나는 오월이 코앞에 왔다 연일 계속되는 빗방울에 새들새들한 대지, 태양 일어나 내리쬐면 구름도 들 만큼 단단해진 근육 색 다르다 다투는 풀, 꽃도 하늘 아래 있기는 매한가지라 더 짙은 향을 띄우리라 나는 누군가에게 힘이 되었던가 어루만짐이 되었던가 그 일치점 이루려면 평생을 달려도 모자랄 텐데 친절히 대하지 못해 고백성사 보고 오던 어느 날 상대로부터 늘 고맙게 생각한다는 뜻밖의 말을 들었던 일처럼 황송한 은혜가 또 주어질까 온전한 그 손길은 되지 못하더라도 묵묵히 그곳을 향해 가는 길라잡이 닮을 수 있는 조짐은 꽃밭과 꽃밭 사이 골과 골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편안함을 먹고 여무는 낙낙한 빛, 파종하는 일로 시작되리라. 2008. 4. 24. 기린/전상순 기린 / 전상순 늘 존재하지만 명멸明滅해 보이는 빛 따라 누군가 길을 간다 제각기 극極은 다른 것 가장 좋은 열매를 위해 지난 반역도 사랑하고 진심도 껴안지 성인의 발자취를 따라가고자 결심한 날 아무렇게나 행할 수 없어 누구보다도 애타게 당신 불러 목만 길어졌구나 이 모든 것은 아직 다 알지.. 2008. 3. 12. 바퀴통/전상순 바퀴통 / 전상순 석탄 채굴에도 탄굴 다 망가지지 않도록 보존하기 위해 몽땅 채굴하지 않는 법칙이 있듯, 내가 끊임없이 굴러가면 누군가도 힘을 받아 계속 따라 움직이고 내가 멈추면 타성도 제 형태로 다시 돌아가 휴식에 드는 우주의 모든 굴렁통은 관성을 지녔으니 오늘 바람 빠진 타이어로 향수.. 2008. 2. 2. 등꽃 시/전상순 등꽃 / 전상순 조록조록 내리는 빗방울 사이로 보이는 꽃송이 당신 이름을 등꽃이라 하지 않겠습니다 그을음 같은 기다림 다 빨아들이며 등을 더 밝히는 도구 등갓이라 부르겠습니다 속마음 대 안에 심으신 어머니 아버지를 붙들어 휘감고 싶었을까 자주 집 비운 아버지를 대신해 여러 일에 에너지를 쏟으신 그러고도 모자라, 낮시간 지나는 면 사람들 한 번쯤은 다 머물게 한 찻간이라 불리던 우리 집 마루며 방 그 위에 마련된 음식 나는 사람들과 마추치는 일이 어색해 등나무 뒤로 얼굴 감추고 안부가 궁금하여 들린 고향 집 세월에 고분고분함은 나무껍질을 닮았어도 아버지는 여전히 칠십 어머니의 유일하신 왕 다 풀어주어 오히려 묶는 꽃 틈새로 마당에 세워진 자동차가 어디론가 또 환하게 나갑니다. 2008. 1. 12. 이전 1 ··· 16 17 18 19 20 21 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