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보기962 난초에 관한 시/전상순 은난초 / 전상순 아니, 해도 돌보지 않았는데 이파리 저렇게 날다니! 은가루 묻은 나비 날개 같아라 찬 기운 돌아 바위도 언 듯 서리 소름 돋을 때 상쾌하다 바람 온몸으로 맞아 내보내는 것은 향기로운 입김뿐 안으로 살찌우는 깨끗한 심성처럼 아무에게도 상처 입히지 않는 강력한 무기 .. 2010. 3. 26. 인연에 관한 시/전상순 등 / 전상순 단풍이 아무리 든들 거기에 정신 팔려 야생화 한 송이 피우는 것에 마음 두는 일 멈출 수 있을까 낙엽이 아름다움 다 보이고 날아갈 날 올지라도 억울할 것 없듯 들짐승 역시 찌끼 누렇게 속 다 보이고 퇴비 되어도 애터질 것 없을 일 어차피 너도나도 이 땅에서 또, 다른 곳으.. 2010. 3. 10. 봄에 관한 시/전상순 봄날 / 전상순 헤진 겨울바람 한가로운 벤치 위 따사로운 햇살로 온몸을 기워 단장하고 그 아래 물새떼 봄에 겨워 물살을 치면 물결도 떨리어 쫓아다니네 연한 물살 속 잠자던 아가미 지느러미 봄 소식 기다린 듯 기쁨에 펄떡이고 봄볕에 윤기나게 가무잡잡해지는 밤은 막 꽃술 터뜨린 춘.. 2010. 2. 20. 등꽃/전상순 등꽃 / 전상순 조록조록 내리는 빗방울 사이로 보이는 꽃송이 당신 이름을 등꽃이라 하지 않겠습니다 그을음 같은 기다림 다 빨아들이며 등을 더 밝히는 도구 등갓이라 부르겠습니다 속마음 대 안에 심으신 어머니 아버지를 붙들어 휘감고 싶었을까 자주 집 비운 아버지를 대신해 여러 일에 에너지를 쏟으신 그러고도 모자라, 낮시간 지나는 면 사람들 한 번쯤은 다 머물게 한 찻간이라 불리던 우리 집 마루며 방 그 위에 마련된 음식 나는 사람들과 마추치는 일이 어색해 등나무 뒤로 얼굴 감추고 안부가 궁금하여 들린 고향 집 세월에 고분고분함은 나무껍질을 닮았어도 아버지는 여전히 칠십 어머니의 유일하신 왕 다 풀어주어 오히려 묶는 꽃 틈새로 마당에 세워진 자동차가 어디론가 또 환하게 나갑니다. . 2010. 2. 5. 추억에 관한 시/전상순 피아노 소리 / 전상순 교실 안에 태어나 처음 대하는 피아노가 한 대 있었고 얼굴 기억 없는 누군가 엘리제를 누르면 피아노 가까이 모여드는 지남철 같은 발소리와 사람들 속 현을 치며 지나는 흑과 백의 철철 넘치는 감성적 하모니에 꽃줄기처럼 쏙 올라온 고개, 피부도 호흡을 하며 주.. 2010. 1. 30. 이전 1 ··· 186 187 188 189 190 191 192 19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