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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상순시인의 블로그-문학(시,동시)과 자연이 함께하는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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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꽃/전상순 등꽃 / 전상순 조록조록 내리는 빗방울 사이로 보이는 꽃송이 당신 이름을 등꽃이라 하지 않겠습니다 그을음 같은 기다림 다 빨아들이며 등을 더 밝히는 도구 등갓이라 부르겠습니다 속마음 대 안에 심으신 어머니 아버지를 붙들어 휘감고 싶었을까 자주 집 비운 아버지를 대신해 여러 일에 에너지를 쏟으신 그러고도 모자라, 낮시간 지나는 면 사람들 한 번쯤은 다 머물게 한 찻간이라 불리던 우리 집 마루며 방 그 위에 마련된 음식 나는 사람들과 마추치는 일이 어색해 등나무 뒤로 얼굴 감추고 안부가 궁금하여 들린 고향 집 세월에 고분고분함은 나무껍질을 닮았어도 아버지는 여전히 칠십 어머니의 유일하신 왕 다 풀어주어 오히려 묶는 꽃 틈새로 마당에 세워진 자동차가 어디론가 또 환하게 나갑니다. . 2010. 2. 5.
추억에 관한 시/전상순 피아노 소리 / 전상순 교실 안에 태어나 처음 대하는 피아노가 한 대 있었고 얼굴 기억 없는 누군가 엘리제를 누르면 피아노 가까이 모여드는 지남철 같은 발소리와 사람들 속 현을 치며 지나는 흑과 백의 철철 넘치는 감성적 하모니에 꽃줄기처럼 쏙 올라온 고개, 피부도 호흡을 하며 주.. 2010. 1. 30.
오염(정화)에 관한 시/전상순 견딜 수 없는 / 전상순 내가 아직 미랭시未冷尸로 나마 완전히 말라버리지 않고 살아있는 건 속에 돌고 있는 물 때문이리라 알게 모르게 감염으로 가는 세상 길 작은 오염에도 견딜 수 없어 회유의 실체 없는 힘을 마시면 뿌리부터 몸 전체가 미세하게 긁혀 다시 물길 뚫린 듯, 끼어있던 .. 2010. 1. 16.
5월에 관한 시/전상순 금낭화 / 전상순 강한 힘에 쉽게 주눅 들어 그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수모와 그늘에 죽어버리는 나약한 금낭화가 되지는 마라 떡잎의 희생으로 피어난 5월 주렁주렁한 복주머니 허사로 돌리지는 마라 양지바른 곳에서나 응달진 곳에서나 두루뭉술 잘 참아 끝내 자랑스러운 금꽃이 되어 .. 2009. 12. 30.
추억에 관한 시/전상순 폐교 / 전상순 작년만 해도 운동장 그럭저럭 세수한 얼굴이었는데 오늘 보니 잡초가 어른 키만 하다 두려움이 현실이 된 것이다 전 학생 수업 폐지 오래된 건물 남은 나무처럼 기억은 그렇게 가슴에 이식된다 추억은 때로는 눈물 흘리게도 하겠지만 새 부리에 물은 노래 씨앗이 되고 흰 .. 2009. 1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