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 전상순
아무도 모르게 시 한 편 꼭꼭 숨겨놓고 산다
열 받을 때 온도 유지시켜 주는 제2의 사랑처럼
둘만 통하는 전화가 울리면 달려가
입가에 눈에 불나도록 날마다 들여다보며 흐뭇해하는
그 한 편을 간직함으로써 부자가 된 기분
시인만이 아는 일이다
정치가가 지배력 강화를 위해 투쟁하듯
시인은 시를 위해
많은 것을 참는 것이다
땅 속에서 천연으로 나는 새하얀 소금처럼 그렇게
웃음 절로나는 일 하나
배 그득하게 간직하고 산다.
시집 [등]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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