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내내
전상순
온갖 무늬가 새겨진 찻잔이 세상살이라면
거기에 다시 맑은 물을 붓고
소박한 찻잎을 띄우겠습니다
눈 한 번 감으면
거친 듯 갈라진 잎의 손마디
손바닥 보듯 훤한 행로, 찻잎이 우러나고
또 눈 한 번 감으면
파릇한 향이 덩굴처럼 감겨올 것 같습니다
방안에 온기는 있으나
마음속 시선은 여전히
죄인도 아닌데 한쪽이 풀리지 않아 아픈
약한 이에게 가 있습니다
집착은 사람을 울린다지만
아무래도 안 되겠습니다
그 놀란 마음을 위해
창가 드넓은 곳으로 올라가는 차향 따라
두 손 모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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