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온 밤길 / 전상순
성당으로 향할 땐
두터운 백설기가 깔린 길을 걸었는데
돌아오는 길엔 어느새 눈이
돌떡처럼 길바닥색으로 변해 있다
가로등을 벗 삼은
눈 녹은 나뭇가지는
전구를 총총 단듯 착각을 불러일으켜
위를 유심히 바라보게 된다
미끄럽고 위험한 길을 걸으며
아름다움을 지닌 이 길에 감탄한다
눈길이든 어떠한 길이든
중심만 잘 잡으면,
안 넘어지면 이토록 아름다운 것을
조금 불편하다고
미리 겁먹고 부담을 가지는 시간들이여,
끝내 행할 길이여,
달빛처럼 별빛처럼 눈빛처럼 빛나라.
시집 <마음>
'생각과 위로가 되는 *시 > 시집<마음>이 된 신작시2011. 12. 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지꽃처럼 살아도/전상순 (0) | 2013.12.28 |
---|---|
생명/전상순 (0) | 2013.02.04 |
돌에 관한 시/전상순 (0) | 2012.10.16 |
(노인에 관한 시)달밤에/전상순 (0) | 2012.08.27 |
시심詩心과 시인/전상순 (0) | 2012.0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