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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상순시인의 블로그-문학(시,동시)과 자연이 함께하는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
생각과 위로가 되는 *시/시집<마음>이 된 신작시2011. 12. 10~

작은 성자/전상순

by ♧관리자 2010. 12. 20.

 

작은 성자 / 전상순

 

 

성당 가는 길,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는 순간

허름한 의복에다 비틀거리기까지 하는 남자 

차도로 들어선다

 

낮술 한잔하셨나 싶더니, 길 위에 나뒹구는 페트병을 치우고 간다

그러고 보니 오른쪽 건널목을 건너오자마자 벌인 일이었다

교차로에서의 망설임 같은 것은 애초에 없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지, 배려가 몸에 밴 저 사람

남을 미워하거나 남의 불편을 못 본 척하는 재간은 없을 게다

오히려 이곳을 가장 먼저, 가장 나은 꽃밭으로 만들고 있다

 

누구든 빌려쓰는 목숨, 명을 내놓으라 하는 순간

무엇이 동행이 되어줄 것인가

그간의 행함이 그를 따를 일이 아니던가

 

아, 우리들은 밥심이 다하면

무엇을 가지고, 낙화가 물결에 얄랑얄랑 실려 가듯

그렇게 그곳으로 옮겨갈 것인가.

 

 

 

< 2010 문학의 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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