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염소 말끔한 얼굴 / 전상순
언니에게 명품 옷과 신발을 선물 받았답니다
불편한 조카 하루 돌봐주는 대가 치고 큽니다
십수 년을 혼자 벌어 겨우 먹고 사는 그녀는
여전히 시큰둥합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내색하는데도 가난합니다
그녀는 가난하여 언제 갚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자존심이 골짜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그녀는
그늘을 지녔습니다
누가 보면, 마치 애정을 바라는 남의 아픔에 동정심 없는
싸이코패스(반사회적 성격장애) 같기도 합니다
우울은 주변 그늘을 더 늘이는 일이고
가지를 다 떨어내는 일이라
흑염소 말끔한 얼굴을 하고 있어도
재미없는 단어입니다
마음이 병든 이에겐
사랑의 선물도 짐이 되는 날입니다
사랑의 빚을 졌다고 혼잣말합니다.
시집 [등]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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