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 전상순
대지는
하늘에 있는 모든 것들을 다 떠받치고도
묵묵하다
어느 날인가 당신이
별빛 달빛 같은 고요와
아주 불안히 천둥 번개 치는 공포
내 모든 소리를 조용히 다 포용했을 때
더 없는 우정으로
내가 다시 당신의 대지가 되어
예정 없던 가난과 병고, 실연 같은
파리함으로 항구에 머무는 당신을 끌어올려
당신을 가벼이 이고서
같이 삶의 붉은 카펫 위를 걷고자 하니
우리의 동행길은
나목이 되도록 따듯하리라.
시집 [천년의 사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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