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것에 대한 향수 / 전상순
설거지통이 오래전에 금이 갔다
조금만 낡으면 새것으로 금세 바꾸는 세상에
돌연변이처럼 보이는 낡은 통,
엄마 생각이 났다
무엇 하나 허투루 버리지 않고,
당신은 뼛속까지 비어도 타인을 풍족하게 하는 분
매 순간 최선을 다하시는,
올곧고 당당하며 지고지순한 사람이다
엄마를 떠올리면
조르주 퐁피두 전 프랑스 대통령이
마지막 순간에 남긴 한 줄의 말이 생각난다
'나는 사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이도 맞지 않고 쪼개진 가위, 새 가위로 바꿔 드리면
또 딴 데 쓰는 분이다
육신이 닳아 더는 일을 못 하게 되었을 때조차
보통 사람 이상으로 움직이는 분
플라스틱과 플라스틱이 맞서서 버티다 결국 어긋나,
설거지통에 물이 샌다
담수湛水가 깨진 틈새로 줄줄 떨어지니,
동향同鄕의 향이 흐르고 있다.
시집 <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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