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도는 선풍기 / 전상순
너는 목만 움직일 수 있는 감시카메라
후각을 잃은 양
또 너는 순종을 먹고 살고
주인의 손길에 활력을 얻지
간혹, 지저분한 발로 지시해도
네 마음은
잔잔한 풀밭의 바람을 불러들일 뿐
불평은 신에게 맡기리라 다짐하네
하오의 태양이 넝쿨처럼 뻗은 빈 마루
낡은 선풍기 한 대
바람을 일으켜 저 혼자 기다림을 하고 있다
머리가 뜨거워진 채 버르적거리고 있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바람은 느끼는 자가 있을 때 비로소
기쁨도 가치도 있다고
윙- 윙-
저리 소릴 내고 있는가.
시집 '시적치료-더 큰 아름다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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