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 만드는 새 / 전상순
발톱 차례로 뭉그러지는
홀로새 한 마리
도시 건물 꼭대기에도 제대로 앉아 보지 못하고
풋풋한 푸르름마저 쓸쓸히 흔들리는
어느 허름한 시골 골짜기에 내려
장승이나 만들며
비와 눌러앉아 얘기하네
아프니 아내도 떠나고
새 애인도 발가락 하나씩 결딴나듯 떨어져 나간 지 오래
오늘도 비와 절룩거리며
마을 입구, 시골길 곳곳에
혼을 새겨
박아두려 한다
어찌하여
상처 받은 것은 구석에 있는지
땅 가까운 곳에 사는지
달근달근한 삶은 아니었어도
대로가 아니어도
끝은 좋아야지
어차피 버티기 힘들다면
무엇이든 많이 만들어라
많이 만들어라
많은 그물코에 물고기가 쉽게 걸리듯
언젠가는 행복이 걸릴 날 있을 테니.
'생각과 위로가 되는 *시 > 1시집『천년의 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한다면/전상순 (0) | 2008.12.28 |
---|---|
봄날/전상순 (0) | 2008.12.17 |
부부에 관한 시/전상순 (0) | 2008.12.02 |
가지 늘어뜨리기 (0) | 2008.11.30 |
손가락 (0) | 2008.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