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 전상순
줄곧 이어 바퀴를 굴리다 보면
끝은 나올 테지
도착지 모某기관
대기실이 없다
막무가내로 들어선 초행길
너를 태워주고
마당 돌 옆에
부들거리는 다리 기대면
산소통 들고
몇 시간째 대기에 몸 뒤틀린 나는
익숙하게 서 있는 나무들이 부럽다
미운 이 배 터져 죽어라 많이 먹였더니
살만 포동포동 오른다든지
예쁜 이 이것저것 다 퍼줘 봐야
여의주 물고 훌쩍 떠난다든지 하는
삶은 아이러니 투성이일 수 있겠지만,
죽지 않고 귀가한 우리에게
하루하루 잘 견뎌주는 너에게
11월은
기분 아닌
변함없는 어떤 작용을 주기 위해 색을 바꾸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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