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소리 / 전상순
교실 안에
태어나 처음 대하는 피아노가 한 대 있었고
얼굴 기억 없는 누군가 엘리제를 누르면
피아노 가까이 모여드는 지남철 같은 발소리와
사람들 속 현을 치며 지나는
흑과 백의 철철 넘치는 감성적 하모니에
꽃줄기처럼 쏙 올라온 고개,
피부도 호흡을 하며
주인공 혼을 부르는 듯한 영매술 같은 음률에 끌려
우리들도
상상은 세월을 훌쩍 넘어
사랑의 정원을 꿈꾸었다
사람 감정은 대개 고른지라
그때 머릿속 세계는 감미롭고 향기가 가득하여
차를 세워 바라본다
시골 분지 작은 학교
운동장엔 친구들 이름만큼 고엽이 뒹굴고
꼭꼭 닫힌 사각 창문이지만
추억의 쇠붙이 고리는 아직도 잠기지 않아
시절이 들어가
건반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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