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 코로나19(1) / 전상순
밭에 있던 포기 배추는
냉장고 속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은 바이러스에 묶여
집으로 돌아갔다.
불안은
이십사 시간 문 여는 편의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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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와 코로나19(2) / 전상순
냉장고 가득
김치가 빼곡하다.
터전이 바뀌고 생활이 바뀌고
절여지고 앉은 자리
김치는 그곳에서 꿋꿋이 버틴다.
누구는 자기 모습을 유지하고
누구는 무르익는다.
나라면, 갑갑해서
초랑말처럼 뛰었을 텐데
김치는 어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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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와 코로나19(3) / 전상순
김치는
답답한 시국에도 여전히
냉장고 속에서 잘도 잔다.
나는
납작만두처럼 누워
이리 뒤척 저리 뒤척거리는데,
김치는 걱정 없이
봄바람 타고
마법사처럼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꿈꾸나?
2021년 5월호 '월간 소년문학' 특선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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