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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상순시인의 블로그-문학(시,동시)과 자연이 함께하는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
힘이되는가톨릭나침반/일상의 묵상 기도

오늘의 묵상

by ♧관리자 2011. 8. 16.

매일미사 8월 16일 화요일 오늘의 묵상

 

‘출가’(出家)와 ‘가출’(家出)은 똑같은 한자를 앞뒤로 바꾼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말에서 그 뜻은 참 다릅니다. 출가는 어떤 큰 뜻을 목적으로 하여 집을 떠나는 것이고, 가출은 다만 집을 나가는 것에 목적이 있습니다. 출가는 내적 자유를 위해 세속적인 인연과 집착에서 벗어나고자 집을 떠나는 것이기에 종교적 의미가 강합니다. 그러나 가출은 어떤 짐이나 문제를 벗어 버리려고 집을 나가는 것이기에 도피적인 의미가 강합니다.
출가는 단순히 살던 집을 떠나는 것이 아니며, 마음이 붙잡혀 있는 곳을 향하여 집을 떠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마음가짐에서도 어느 순간 또 다른 집을 짓고 그곳에 안주하고 싶은 순간이 옵니다. 살던 집은 떠났지만 어딘가에 다시 집을 짓고 거기서 머무르려는 순간부터 출가는 진정한 의미를 잃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는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야말로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출가를 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예수님 말씀의 마지막 결론은 “첫째가 꼴찌 되고, 꼴찌가 첫째 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입니다.
출가는 단 한 번 ‘집’〔家〕을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자신의 ‘집’(執)에서, 집착에서 빠져나오지 않으면 그저 가출한 사람이 되고 맙니다. 사실 제자들의 출가는 그들의 집을 나왔을 때가 아니라, 주님 부활 이후 그 진리에 온전히 투신할 때에 이루어졌습니다. 신앙을 선택한다는 것은 굳이 사제나 수도자가 아니더라도 출가를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집에 머물러 있어도 예수님의 가르침과 그 가치대로 산다면 그는 출가한 사람이 됩니다. 반대로 집을 떠나 있어도 세상 것에 대한 온갖 번뇌와 집착에 사로잡혀 있으면 그는 가출한 사람일 뿐입니다.

 

-전원 바르톨로메오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