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5월 4일 수요일 오늘의 묵상
가스통 르루의 소설 『오페라의 유령』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뮤지컬로 잘 알려진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에릭’은 흉측한 얼굴로 태어났습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경멸과 학대를 받으며 다락방에 갇혀 살아야 했던 그는, 부모는 물론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자랐습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자기 혐오와 공격성을 지닌 유령이 되어 어둠 속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천재적인 음악의 마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오페라 하우스에서 크리스틴이라는 배우를 만나 그녀에게 자신이 가진 음악의 마법을 부여하여 공연에서 최고의 찬사를 받게 합니다. 어둠 속에서 오로지 목소리로만 음악의 능력을 주는 가면 쓴 유령이 크리스틴에게는 ‘음악의 천사’였습니다. 그러나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유령은 그녀의 연인 ‘라울’을 향하여 질투와 복수심이 불타오르게 됩니다. 결국 그는 라울을 잡아 마법의 밧줄로 묶고 크리스틴에게 자신과 영원히 살든지, 라울을 죽게 하든지 선택하라고 강요합니다.
이 작품에서는, 평생을 가면 뒤 어둠 속에서 살았던 외로운 유령이 크리스틴을 만나, 필사적으로 빛으로 나아가려는 처절한 몸부림이 느껴집니다.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유령의 이런 아픔을 깨달은 크리스틴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그에게 키스를 합니다. 그녀가 준 단 몇 초의 사랑이, 가면 뒤 긴 어둠의 세계에 한 줄기 빛이 됩니다. 그러자 유령은 그녀를 놓아주고, 그가 쓰고 다녔던 가면을 벗어 둔 채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누구에게나 가면으로 가리고 사는 흉한 내면의 얼굴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면 뒤 얼굴을 내밀기가 두려워 빛보다는 어둠 속에 있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가면 뒤에만 숨어 살면, 어둠은 또 다른 어둠을 낳아, 더욱더 고립되고 맙니다. 결국은 자신의 어둠에 갇힌 ‘오페라의 유령’이 되어 가는 것이지요. 우리가 주님 사랑의 빛을 받지 못하면, 또 그 빛을 사람들에게 비추어 어둠 속에 있는 사람들을 꺼내 주지 않으면, 세상은 가면을 쓴 유령의 세계가 될지도 모릅니다. 예수님께서 오늘 복음에서 우리를 바라보시면서 이런 걱정을 하고 계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