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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상순시인의 블로그-문학(시,동시)과 자연이 함께하는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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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에 관한 시/전상순

by ♧관리자 2010. 10. 26.
   

가을이 다 지나간다니 / 전상순

지진에도 강할 것 같은 대나무 길을 
실안개 헤치고 한참 걸었습니다 
걷다 보니 
어느덧 가을의 끄트머리 
감성을 먹고사는 가을의 신神이여, 
올가을이 다 지나간다니 
왜 이리 서운할까요
붉게 타는 편지 한 통도, 
가을비에 
눈물 한 방울 떨어뜨려 보지도 못했는데 
가을이 가려 하네요 
통나무로 만든 멋스런 길도 
가을도 타보지 못했는데 
벌써 입동 준비 서둘러야 하니 
더 깊은 곳으로 바삐 갈 걸음 멈추고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만남 없는 약속에 맨송한 
옷장에 그대로 있을 옷가지 꺼내어 
가족과 혹은 혼자서 
눈과 눈썹 거리만큼 가까운 
목석초화木石草花 어우러진 곳에라도 가서 
햇무리 받아야겠어요
마음 구석구석 다 녹여 
온몸 따스하다 전해 줄게요 
잘한 일이라 전해 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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