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만나며 / 전상순
가을은 더웠지만
감사했다
덥수룩했던 가지
치렁한 잎들도 내보내고
가뿐히 걸음을 옮긴다
가을 내내
불편한 잎사귀를 어설프게나마 주물렀으니
후회는 없다
하여, 기차를 탄다
흰 꽃송이가 날린다
이제 너무 아름다운 것은
보지 않기로 했건만
감성은 또 차창 밖처럼 달리고
달에게는 달무리가 있듯
어디서든
아픈 너에게는 내가 있다는 걸
너와 잠시 떨어져 여행하는 시간
해 질주하는 이 계절에
마음만은 유조留鳥되어 전한다.
시집 [등] 중에서
'더보기 > 자유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탄 무렵 (0) | 2010.12.07 |
---|---|
열망/전상순 (0) | 2010.12.05 |
구절초가 피어 있는 (0) | 2010.10.30 |
늦가을에 관한 시/전상순 (0) | 2010.10.26 |
예쁜 집 (0) | 2010.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