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꽃 / 전상순
조록조록 내리는 빗방울 사이로 보이는 꽃송이 당신 이름을 등꽃이라 하지 않겠습니다 그을음 같은 기다림 다 빨아들이며 등을 더 밝히는 도구 등갓이라 부르겠습니다 속마음 대 안에 심으신 어머니 아버지를 붙들어 휘감고 싶었을까 자주 집 비운 아버지를 대신해 여러 일에 에너지를 쏟으신 그러고도 모자라, 낮시간 지나는 면 사람들 한 번쯤은 다 머물게 한 찻간이라 불리던 우리 집 마루며 방 그 위에 마련된 음식 나는 사람들과 마추치는 일이 어색해 등나무 뒤로 얼굴 감추고
안부가 궁금하여 들린 고향 집 세월에 고분고분함은 나무껍질을 닮았어도 아버지는 여전히 칠십 어머니의 유일하신 왕 다 풀어주어 오히려 묶는 꽃 틈새로 마당에 세워진 자동차가 어디론가 또 환하게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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