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간다는 거 / 전상순
몸 없는 바람도
세상의 사랑하는 이들 곁으로 소리없이 왔다가
머물만큼 있고는 본 모습대로 돌아가는데,
고개 시동 걸린 경운기처럼 가만히 있지 못하는
떨떨이아저씨
하루도 제정신인 적 없던 아주머니와 수십 년을 부부로 지내더니
병으로 아내 먼저 떠나자
딸 둘 딸린 새사람과 다시 결혼해 산다더니
그만 아저씨마저 죽고 말았다고
미친 여보랑 평생 일구어놓은 전답은 굴러오신 분 것이 되어
원주인 자주 앉던 평상에
편하신 복장이 배 두드리며 다리 걸치고 있으니
주인 바뀌었다는 것만 알았지
어디로 간지도 아무것도 모르는 집채가
허망하여 곧 무너질 듯 봄을 잡고
영산가令山歌(인생의 덧없음을 한탄)를 부르고 있네.
시집 [등]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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