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 전상순
내 앞에서는
평생 입 다물어지지 않는
웃음이길 바랬다
너 앞에서는
적당한 시선으로 지켜주는
중용의 강함이고 싶었다
구석진 곳
이 빠지는 고통에
흰 꽃잎으로 피어나도록
야무지게 새 이齒 밀어내 주고만 싶었다
괴로움 다 잊게 해주고 싶었다
낡은 아파트 계단
무겁게 오르내리는 일
오래고 싶지 않았다
아직도 푸른 눈빛 반짝이고 있을
지금은 부실한, 네 탑기둥 같았던 다리로
파도 따라 뛰어다니던 지난 바닷가
잠별暫別이길 바랬다
우리 잘못된 운명 같은
돌 씹던 날이며
혹한에 맞부딪히며 덜덜 떨게 하는 겨울에도
잘 견디어 내었으니
너는, 준비해둔 새 신 신고
언젠가는 다시
하얗게 빛나야지
꿈결만은 아니더라도
아랫니 윗니처럼 언제나 너와 함께 해 왔고
아직 천년은 더 함께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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