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행복하면 나는 더욱 행복하겠다 / 전상순
까만 밤하늘에
잎이 살랑이네
포근하고 부드럽게
또 지금 가을답게 소슬하니
귀에다 삭삭 소곤대는 바람
택배 찾으러 나와
좁은 가로수 길을 걸어도
우주로 나온듯하구나
집 모퉁이에 있는 꽃나무도
가을이면 더욱 묘한 기분이 움잎처럼 자라
생각을 한 곳에 두지 않고
도르래처럼 움직여 가을 고독을 만끽하네
그러나, 무언가로 꽉 채워진 듯한
충만한 가을밤이여!
내 몸도
가을과 있는 지금 이 자리가 행복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하면
나는 더욱 행복하겠다.
시집 <마음>
[합천문학 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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