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별 / 전상순
열매를 먹을 땐
꽃받침을 떼고 먹어야 하는 거 당신도 알지요?
당신 몸에서 빛을 발해야
나같이 길눈 어두운 사람도
맘 놓고 밤길 다닐 수 있는데
요즘 당신 차림이 왜 그다지 윤택하지 않은지요
좀체 벗겨지지 않는 너절한 외투 속에서
은둔하는 당신이라는 암성暗星,
콘크리트 인공 연못 위
이웃 달도
덩달아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산도 뚫을 열기와
탁한 대기가 부어 있는,
그곳이 집중된 별들의 터미널
종착점이 아니길 바라는지
넉걷이에 팔을 걷어부치는 어느 양심가는
못 쓰는 덩굴 걷어치우듯
점점이 밝은 빛을 기다리며
암암暗暗함을 부추기는 집안 곳곳
전기면도기, 드라이기를 분리수거하고 있습니다
내일 밤길엔
늘 길가에 대기중인 당신 제자(가로등) 대신
당신이 길을 밝혀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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