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전상순시인의 블로그-문학(시,동시)과 자연이 함께하는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
힘이되는가톨릭나침반/일상의 묵상 기도

오늘의 묵상

by ♧관리자 2011. 6. 29.

매일미사 6월 29일 수요일 오늘의 묵상

 

“나는 성경을 읽으면 읽을수록 얼마나 정직하게 쓰여 있는 책인가 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결코 번드르르하게 좋은 것만 쓰고 있지 않다. 오히려 약점, 치사한 점, 인간적으로 불리한 점까지도 낱낱이 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이것만 봐도 성경이 진실한 책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게 소설 『빙점』의 저자로 잘 알려진 미우라 아야코가 쓴 『빛 속에서』라는 책에서 인용한 글입니다. 미우라 아야코는 그리스도교를 싫어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투병 생활을 하면서 세례를 받습니다. 그는 약하고 허무한 우리 인간이 하느님의 존재를 알고 성경 말씀으로 힘을 얻어야 새롭게 살 수 있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이 성경 말씀이 얼마나 진실한지 제자들의 모든 약점을 성경 속에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으로도 알 수 있다고 증언합니다.
사실 사도들은 한 사람도 남김없이 예수님을 배신하고 달아난 사람들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사람 가운데는 얼마나 겁쟁이였으면 그야말로 알몸으로 달아난 사람도 있었습니다(마르 14,52 참조). 특별히 교회의 두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베드로 사도와 바오로 사도는 어떻습니까? 베드로 사도는 자신의 무지와 무식, 배신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바오로 사도 또한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을 박해하는 데 선봉에 섰던 부끄러운 과거를 고백합니다.
어쩌면 『성경』이 집필될 무렵 초대 교회의 사도들과 목격 증인들은 교회 안에서 갖는 위치와 권위로 볼 때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는 적당히 숨길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들의 약점은 하느님의 일을 하는 데는 오히려 자랑으로 여겨졌습니다(2코린 11,30 참조).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은 교회의 초석을 놓은 인간의 위대함을 기억하는 날이 아닙니다. 인간의 약함을 통해 일하시는 하느님의 위대하심을 찬양하는 날입니다. 보잘것없는 나를 통해서도 하느님께서는 일하고 계시다는 것을 깨닫는 날입니다.

 

-전원 바르톨로메오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