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5월 10일 화요일 오늘의 묵상
“오늘 열매 하나를 먹는 것은 세상을 먹는 것이다. 그 씨앗을 먹고, 땅에 묻히는 그 죽음을 먹고 열매를 키워 준 흙을 먹고, 바람을 먹고, 태양을 먹고, 비를 먹고, 나무를 먹고, 농부의 땀을 먹고, 어머니의 손길을 먹고 그 열매의 역사를 먹는다.
오늘 예수님의 몸을 먹고 피를 마시는 것은 그분 전체를 먹는 것이다. 그분의 유아기를 먹고, 유년기를 먹고, 청년기를 먹고, 공생활의 온갖 고뇌와 고통, 기쁨, 인생의 비바람을 먹고, 그리고 십자가 죽음과 영광스러운 부활을 먹는 것이다. 그분 생의 완전한 일체이셨던 그 어머니 마리아께서도 내 몸과 영의 한 자락이 되시는 것이다. 이 거룩한 먹음의 행위를 나는 매일 치르고 있으니 내 안에 온 세상과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계신다.”
어느 수녀님의 묵상 글입니다. 수도 생활을 하면서 하루하루 꼬박 세 끼 밥을 먹는 것, 날마다 성체를 모시며 사는 피할 수 없는 일상을 묵상하며, 이 모든 먹는 행위 안에서 자연의 섭리와 하나 되고 주님과 하나 된다는 깨달음을 고백한 것이지요.
우리는 매일 미사에서 성체를 모시며 살고 있습니다. 작은 빵 조각에 담긴 비와 바람과 햇볕과 농부의 수고가 주님의 몸이 되어 우리 안에 오는 것입니다. 온 우주가 주님의 몸으로 수렴된 성체를 통하여 우리 자신도 우주의 생명이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주님의 몸이 다시 비와 바람과 햇볕과 농부의 땀방울로 흩어져, 온 우주와 인류로 확산됩니다. 온 우주가 한 조각의 빵을 통하여 주님의 생명이 되는 것입니다. 만유일체(萬有一體)가 ‘주님의 빵’이 되어 호흡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내가 생명의 빵이다.”라고 하신 이 말씀, 얼마나 엄청난 말씀인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