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 전상순
작년만 해도 운동장 그럭저럭 세수한 얼굴이었는데
오늘 보니 잡초가 어른 키만 하다
두려움이 현실이 된 것이다
전 학생 수업 폐지
오래된 건물 남은 나무처럼
기억은 그렇게 가슴에 이식된다
추억은 때로는 눈물 흘리게도 하겠지만
새 부리에 물은 노래 씨앗이 되고
흰 구름이 되어 가고픈 곳으로 흐르고
까만 구름이 되어 시원하게 우리들 가슴에 내릴 것이다
폐교, 과연 이만큼 완벽하게 마음 붙잡는 이 있을까
사라진 뒤 그 자리를 더욱 벗어나지 못하는
거기서 손을 떼지 못하는
저 혼란한 밤을 보내던 태안 앞바다 사람들도
이 같은 이유였을지도
정리될 몸체 예측지 못한 채
해를 기다리며 화단에 오므린 채송화 머리 위로
바람만 스쳐 지나간다.
시집 [등]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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