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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상순시인의 블로그-문학(시,동시)과 자연이 함께하는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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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 사랑[詩소개]

by ♧관리자 2008. 10. 10.

     

     

     

    피아노 소리  / 전상순

     


    교실 안에
    태어나 처음 대하는 피아노가 한 대 있었고
    얼굴 기억 없는 누군가 엘리제를 누르면
    피아노 가까이 모여드는 지남철 같은 발소리와
    사람들 속 현을 치며 지나는

    흑과 백의 철철 넘치는 감성적 하모니에
    꽃줄기처럼 쏙 올라온 고개,
    피부도 호흡을 하며
    주인공 혼을 부르는 듯한 영매술 같은 음률에 끌려
    우리들도

    상상은 세월을 훌쩍 넘어
    사랑의 정원을 꿈꾸었다

     

    사람 감정은 대개 고른지라 

    그때 머릿속 세계는 감미롭고 향기가 가득하여

    차를 세워 바라본다

    시골 분지 작은 학교

    운동장엔 친구들 이름만큼 고엽이 뒹굴고

    꼭꼭 닫힌 사각 창문이지만

    추억의 쇠붙이 고리는 아직도 잠기지 않아

    시절이 들어가

    건반을 치고 있다.

     

     

     

    시집 [천년의 사랑] 중에서

     

     

     

     

     

     

     

     

     

    폐교 / 전상순
    작년만 해도 운동장 그럭저럭 세수한 얼굴이었는데 오늘 보니 잡초가 어른 키만 하다 두려움이 현실이 된 것이다 전 학생 수업 폐지 오래된 건물 남은 나무처럼 기억은 그렇게 가슴에 이식된다 추억은 때로는 눈물 흘리게도 하겠지만 새 부리에 물은 노래 씨앗이 되고 흰 구름이 되어 가고픈 곳으로 흐르고 까만 구름이 되어 시원하게 우리들 가슴에 내릴 것이다 폐교, 과연 이만큼 완벽하게 마음 붙잡는 이 있을까 사라진 뒤 그 자리를 더욱 벗어나지 못하는 거기서 손을 떼지 못하는 저 혼란한 밤을 보내던 태안 앞바다 사람들도 이 같은 이유였을지도 정리될 몸체 예측지 못한 채 해를 기다리며 화단에 오므린 채송화 머리 위로 바람만 스쳐 지나간다. 시집 [등]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