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12월 20일 금요일 오늘의 묵상
어제 복음은 즈카르야에게 아들이 생길 것이라는 가브리엘 천사의 전갈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은 마리아에게 아들이 생길 것이라는 소식을 다루고 있습니다. 즈카르야에게 주어진 전갈은 참으로 기쁜 소식인 반면에, 마리아에게 아들이 생길 것이라는 전갈은 청천벽력입니다. 그것은 약혼자 요셉에게 배신의 단칼을 안기는 것이며, 삶과 죽음을 마주 대하는 사면초가로 몰아가는 것입니다. 그동안 꿈꿔 온 모든 앞날에 대한 포기를 선언하는 사형 선고와도 같습니다. 그런데 기쁜 소식을 들었던 즈카르야는 자신에게 어찌 그럴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믿지 않았던 반면, 정말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던 마리아는 주님의 뜻이라면 그렇게 하겠다며 순종합니다.
태국의 샴이라는 왕국에서는 임금이 미워하는 신하에게 때때로 ‘흰 코끼리’(white elephant)를 하사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흰 코끼리는 그 나라에서 매우 신성한 것이어서 잘 키워야만 하는데, 그 사육비가 만만치 않습니다. 결국 신하는 그 코끼리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한 채 고생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가리킬 때 이 ‘흰 코끼리’라는 표현을 쓴다고 합니다.
만일 마리아에게 신앙이 없었다면 예수님께서는 성모님께 ‘흰 코끼리’나 다름없었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을 피조물인 인간이 맡는다는 것은 참으로 엄청난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키워야 할지 걱정과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모님께서는 이 모든 것에 믿음으로 응답하시며 정녕 자신을 복되다고 생각하십니다. 하느님께서 함께하심을 기뻐하시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감당하셔야 할 모든 것을 그분께 맡기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