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간 곳 / 전상순
내가 간 곳은
꽃과 곡식이 풍성한 고향집
차분한 아침 벼와
산이 안개를 끌어안고
마을까지 내려온 곳
냇가에
물고기들 위 아래로 몰려다니고
나는 작은 뜰채를 들고
물고기를 따라 움직였네
물고기는 한 마리도 잡지 못했어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소소한 추억들이 음악처럼 따라왔네
그 추억들을
내 안에 꽁꽁 가두었네
자물쇠로 잠갔네
추억이 향기처럼 퍼져
내 마음 안에서
이리저리 쏘다니도록.
시집 '시적치료 더 큰 아름다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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