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신비 / 전상순
봄철이어도 얼음이 얼고
가을이어도 아름답지 않은 가을 있습니다
광야 같은 세상에서
어디로 갈지, 어떻게 길을 낼지 헤매이다
어디를 향하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달려왔습니다
살면서 한 번쯤
손에 검은 빗물 떨어지는 일이
대수겠습니까
그러나 어떠한 순간에도
제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에
한 번도 마음 떠나는 일이 없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나오면서 참 기가 막히게 불안한 날도 길었고
힘겨웠고 아찔했습니다
많은 순간
님께서 상처를 거룩한 불에 태워 연기로 날려보내듯
치유제도 꽤 주셨습니다
감나무 가지가 휘도록 주렁주렁 열린 감들이
일제히 떨어져 쉬고 있습니다
계절의 쪽수가 넘어가듯
새로운 삶이 전개되니
오늘이 신기합니다
더는 크게 가슴 철렁 내려앉고 싶지 않습니다
더는 나빠지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반짝반짝 자주 웃는
잔잔한 강물로 남고 싶습니다
제 주변도 더불어 평안하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