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들 무렵 / 전상순
같은 길은 지겨워
산 아래 꿀밤이
쥐어박힌 듯 떨어져 있고
신비한 우물 하나 목 축여주던
물봉선화 피던 9월을 들러
10월의 집에 간다
시퍼런 봇짐 주렁 매단 채
햇살 사이로 반짝
억지웃음을 한
구월 잎새의 속 우울이 맘에 걸려
문 틈새로 슬그머니
가만히 있어도 올
시월의 얼굴을 당겨 밀어넣어 준다
이제 부담스런 것들 서서히 빼내고
다양한 표정으로
가벼워졌는지 무거워졌는지도 모를 물이 들 때면
먼 옛날, 집앞 고운 나무 아래
어머니
곧 다녀가실 삼년 군에 가신 아버지
손바닥 갈라지도록 기다리고 계셨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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