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 전상순
십이월은 날씨만 쌀쌀한 게 아니었구나!
왠지 모르게 다 털고 모든 걸 청산해야만 할 것 같은
부담이 느껴지는 달
대림 시기기보다는 사순절처럼 무거워지는 계절
한 해를 돌아보며, 초에 가졌던 기도가
다 이루어지지 않기도 하는 달
태풍이 몰아치고 나무가 휘고 창문이 덜컹거리는 불안
무의식적인 꿈이 말해주네
다른 건 다 접고서라도 단 한 가지만은 꼭 이루어지기를
다시금 기도하게 되는 달
일월과 기도가 겹치는 달
걸어온 발자국 보며
누군가를 참 열심히 업어줬구나 하는 생각도 잠시,
여태껏 한 고생도 헛되게 만드는 모질게 내뱉은 말
통회를 하고
아직도 어리석은 자임을 깨닫네
십이월은 불빛만 따뜻한 게 아니란 걸,
내가 하는 말이 온도를 낮추고 높일 수 있음을
통감하네.
*사순절은 예수 부활 대축일 전 40일을,
대림 시기는 예수 성탄 대축일 전 4주간을 말함.
2013. 1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