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8월 20일 화요일 오늘의 묵상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이러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하느님을 믿으라고? 아니야. 난 나를 믿어.” 어느 누구에게 의지하기보다 열심히 살면 된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나를 믿는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독일 출신의 유명한 철학자 야스퍼스에 따르면, 인간은 죄와 고통, 허무와 죽음 같은 한계 상황을 지니고 있습니다. 인간은 본디 이 한계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욕구를 지니고 있지만 결코 벗어날 수 없습니다. 종교란 바로 이러한 인간의 한계 상황을 벗어난 영역, 곧 초월적인 영역을 제시하고 안내하며 이끌어 주는 공동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인간의 한계 상황에 대하여 이렇게 표현하십니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 여기서 부자는 단순히 돈 많은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힘’에 의존하는 이를 가리킵니다. 왜냐하면 제자들이 “그렇다면 누가 구원받을 수 있는가?” 하며 의아하게 생각할 때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구원은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무슨 일이든 하실 수 있다”(『공동번역 성서』 인용).
사람의 힘, 그것이 권력이든 재력이든 사교술이든, 또는 인내력이나 기획력, 창의력 등 어떤 능력이든 그 힘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그 능력들이 인간의 한계 상황을 벗어나게 하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그 능력에 의존하는 정도가 크면 클수록 죄와 고통, 허무와 죽음 같은 한계 상황은 더욱 뚜렷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사람의 힘에 의지하며 사는 부자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한재호 루카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