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매일미사 5월 16일 금요일 오늘의묵상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예수님의 이 당부와 함께 요한 복음 14장이 시작됩니다.
우리는 이 구절이 27절에서 다시 반복되는 것을 봅니다.
이 말씀에는 제자들에 대한 예수님의 깊은
위로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산란해지다'라고 번역된 그리스 말의 동사
'타라소'는 십자가의 길 앞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마음의 동요를 가리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말씀은 제자들이,
또 우리가 다가올 고난에 대하여
단지 마음의 평정심을 잃지
말라는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어떠한
'삶의 풍파에도 잃지 않는 부동심과 초
연한 자세를 인격의 잣대이자
덕의 목표로 삼았습니다.
두려움과 감정의 동요가 없는 것을
한 인간의 고귀함을 드러낸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마음의 수양을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이어지는 구절에 예수님 당부의
참뜻이 담겨 있습니다.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
믿음을 굳건히 하는 것이야말로
당신께서 떠나시는 길에서
제자들에게 간곡히
당부하시는 내용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세상의
모든 위협과 유혹에도 마음이
산란해지지 않고 믿음을
굳건하게 하는 데 우리가
끊임없이 기억해야 할 약속을 주십니다.
"내 아버지의 집에는 거처할 곳이 많다."
주님께서 가시는 것은 하느님 아버지의 집에
우리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두렵고 불안한 마음을 이기고
신앙 안에 굳건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아버지의 집은 사랑의 집입니다.
그 사랑의 집에 머무는 사람은 인간의
부족함과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고
기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지난해에 제 아버지가 선종하였을 때
어머니는 묘비명에
"내 아버지의 집에는 거처할 곳이 많다."
라는 이 구절을 넣어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가끔 아버지의 묘소를 찾을 때마다
이 말씀을 보면서 지상의 삶이나
천상의 삶에서 우리가 믿고 의지할
약속이 무엇인지를 거듭 깨닫습니다.
주님의 이 약속을 기억할 때마다 산란한
이 세상에서 문득 잔잔한 평화와 위로를 느낍니다.
오묘한 이치나 도를 깨닫는 '득도'가 아니라
주님께 믿음을 두는 것,
바로 이것이 우리 신앙인의 길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